원두커피의 여유, 한국 입맛 바꿔라
인스턴트 아성 틈새 선호층 넓어져 로스팅 공장 등 ‘성장동력’ 선점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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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함’이 성장동력!

성장의 짝궁은 ‘부지런함’ 같지만, ‘여유로움’이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 커피 시장이 꼭 그러하다. 우리 커피시장은 지난해 1조9900억원으로 해마다 10~20% 가량 성장했다. 실제 원두커피전문점은 무한 팽창하는 추세다. 그러나 정작 우리 커피 소비 현황은 커피믹스 등 인스턴트 커피가 압도적이다. 주요 상권마다 커피전문점들이 들어찼지만, 전체 커피시장에서 원두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5~10% 가량에 그친다. 왜 그럴까?

커피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대답을 ‘티타임 문화’가 자리잡기 힘든 빡빡한 일상에서 찾는다. 커피 인구가 성장할수록 프리미엄급 원두커피를 찾는 인구는 늘어나는데, 삶의 여유는 자판기 커피와 커피믹스에 맞춤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서울 강남 지역 인터넷쇼핑몰 업체에서 일하는 최아무개 과장은 “회사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의 인테리어도 좋고 에스프레소 기계도 다 갖춰져 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커피전문점에 나가서 비싼 돈 주고 커피를 사마시는 분위기”라며 “직장에서 커피 마시는 모습이 상사 눈에 자주 띄는 것도 부담이 있다보니 기분 전환겸 밖으로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원두커피 산업의 성장 동력은 ‘여유’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값싼 커피 품종으로 생산하는 인스턴트 커피가 시장에서 90% 이상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것은 느긋함이 없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 기인한다. 주요 소비층인 젊은 세대는 대부분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티타임을 즐길 여유가 없다. 직장에서도 커피믹스나 자판기가 익숙한 분위기이긴 마찬가지다.

원두커피에 대한 수요가 커지다 보니 커피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동서식품은 100% 아라비카 원두를 강조하는 인스턴트 커피로 톡톡한 재미를 봤다. 사실 아라비카 원두는 주로 원두커피에 쓰이는 고급 품종이고, 인스턴트 커피에는 값싼 베트남 로부스타 품종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두 등 고급 커피 입맛에 길들여지는 소비자층을 고려해 원두 커피 품종을 인스턴트 커피에 가져다 쓰는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또 롯데칠성 칸타타와 에스피시그룹은 손쉬운 티백형 원두커피를 출시하기도 했다.

원두커피 맛을 둘러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생두를 볶은 원두는 로스팅한지 48시간이 지나면 산화가 시작되면서 맛과 향이 변하기 시작한다. 신선한 원두를 쓰거나 산소를 제거한 밀봉포장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이에 따라 1~2년 새 할리스·던킨도너츠 등이 잇따라 로스팅 공장을 지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롯데칠성 포승공장 장백현 공장장은 “원두 커피 맛을 알게 된 세대 폭이 계속 넓어지는 추세”라며 “세계 1위 커피 소비국인 미국 시장이 인스턴트 커피 15%, 원두커피 85%이고 세계 3위인 일본이 인스턴트 커피 38%, 원두커피 62%인 점을 견줘보면 우리 커피 시장의 향배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례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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