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을 커피에 적셔 먹는 행복
번도 커피와먹는 대표음식



【서울=뉴시스】김조수의 맛있는 집 = 유학이나 여행 등으로 외국 물을 먹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낯선 먹을거리들이 이 땅으로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번(bun)’도 그 중 하나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 뿌리를 둔 번은 겉은 바삭바삭하지만 속은 부드럽고, 첫맛은 달콤하지만 끝맛은 짭조름한 특유의 미각으로 소리소문 없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종 빵이다.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오른 덕 혹은 탓에 속이 빈 ‘공갈빵’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속은 나름 꽉 차있다. 짭조름한 맛은 속을 채울 때(필링) 넣어주는 버터, 달콤한 맛은 위를 장식해주는(토핑) 모카크림에서 나온다.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번과 향긋한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인기 높은 곳이 서울 홍익대 정문 건너편 놀이터 골목 안에 자리한 ‘파파로티’ 홍대점(02-338-8857)이다. 국내 자체 공장에서 만들어 온 생지, 즉 버터필링이 들어있는 밀가루반죽을 발효시킨 뒤 그 위에 모카크림을 토핑해 번(1개 2000원)을 구워낸다. 오픈된 주방에서 주요 조리를 하므로 손님들은 흥미진진한 구경과 함께 청결한 작업이 이뤄지는지를 감시할 수 있다.

이 집 번의 특징은 웰빙과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의 번에 소화기능을 높이고 식감을 더욱 부드럽게 한 유산균을 첨가한다는 사실이다. 번을 구울 때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트랜스지방을 제로(0)까지 끌어내릴 수 있어 더욱 맘 편히 즐길 수 있다.

번과 짝을 이루는 메뉴는 커피다.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각 2500원), 드립커피, 카페라테, 카푸치노(이상 각 3000원), 캐러멜 마키야토, 모카치노(이상 각 3500원) 등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갖춰 취향별로 먹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번을 조금씩 찢어서 커피에 적셔 먹는 맛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더 달콤한 맛을 원한다면 코코아도 좋다. 리얼 다크 초콜릿(카카오 함량 57%, 3500원)이라는 이름의 코코아를 판매 중이다. 이름이야 거창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다크 초콜릿 조각들을 따뜻한 우유에 녹여 먹는 메뉴다. 카카오 분말로 만드는 여느 코코아와는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있는 방식이다. 손님이 원할 경우 그릇에 따뜻한 우유와 초콜릿 여러 개가 담아져 내오므로 직접 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직 번을 접해보지 못한 손님도 많다 보니 파파머핀(1000원), 애플 시나몬 쿠키(3500원) 등 사이드 메뉴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머핀 역시 가게에서 직접 구우므로 한결 감칠 맛나고 베어 무는 느낌도 아주 부드럽다. 벨기에 정통 리에주 와플(플레인 2000원~생크림 애플 와플 2500원)도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20석 규모이며 번처럼 온화한 갈색으로 치장된 실내에 앉으면 절로 편안해진다.

외식저널리스트 foodreporter@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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