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가 커피숍, 아줌마들이 점령하다
자녀 수업끝나기 기다리며 학원·강사정보 서로 나눠… 주말엔 아버지들도 와


지난달 28일 오후 4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커피숍은 40·50대 여성들로 북적였다. 4인용 원탁 테이블 30개 중 26개 테이블을 차지한 여성들은 "수학은 요즘 누가 잘 가르치지?" "○○○ 선생님이라던데. 영어는 ○○학원이 인기래"라며 쉼 없이 대화를 나눴다.

검은색 모피코트를 걸친 민모(42·서울 성동구)씨는 커피를 마시며 연배가 비슷한 주부 2명과 학원 정보를 주고받았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이들은 인근의 학원에서 만나 함께 커피숍에 왔다. 민씨는 아들 논술 수업이 시작되는 오전 11시부터 수학수업이 끝나는 저녁 6시까지 학원 부근 커피숍에서 아들을 기다리며 다른 학부모들과 정보를 교환한다.

그는 "대치동 커피숍은 커피 한잔 시키고 오래 있어도 눈치 안 준다"며 "여기 있는 여성 대부분이 자식 기다리면서 학원과 강사 정보를 주고받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700여개 학원이 밀집한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다른 커피숍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새 학기를 앞두고 더욱 그렇다. 박모(44·서울 강남구)씨는 "방학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짜기"라며 "어떤 팀을 만드느냐에 따라 아이들 성적이 좌우된다"고 했다.

다른 테이블의 주부 3명은 7년 전부터 수시로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했다. 그중 한 명은 "성적에 따라 입시전략과 목표 대학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임도 아이들 성적별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중1 딸을 두고 있는 오모(48)씨는 "직장을 다니는 엄마는 할머니나 가사 도우미를 대신 보내 정보를 메모해 간다"고 했다. 커피숍 주인 한석윤(48)씨는 "아침에 아이 학원 보내고 여기서 밤 10시까지 기다리는 어머니들도 있다"며 "주말에는 나이 지긋한 아버지들도 온다"고 했다.

이곳에 모이는 주부들은 학원 정보만 나누는 게 아니다. 고1 아들을 두고 있는 강모(45)씨는 "아들이 야한 동영상을 보는 것을 목격했을 때 놀라지 말고 담담하게 대처하는 요령도 모임에서 배웠다"고 했다.

ⓒ 조선일보 & Chosun.com 조백건 기자 loog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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