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기행 -사막과 홍해를 건너 에티오피아에서 터키까지 (박종만 저)


                



자연, 인간, 커피를 블렌딩한 ‘아주 특별한 기행’
국내에 커피가 소개된 지는 백 년이 넘는다. 그동안 커피는 1인당 평균 250잔 이상 마시는 가장 친숙한 음료가 되었고, 얼마 전에는 커피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손님이 오면 으레 커피를 내놓고 바리스타는 어느덧 인기직종으로 떠올랐다. 일과 휴식 사이 커피 잔을 들고 있는 우리 모습은 매우 자연스럽다. 전 세계적으로 일 년에 6천 억 잔 이상 소비되는 커피는 국제 무역시장에서 원유에 이어 두 번째로 교역량이 많다. 산업의 동력이 석유에 근간한다면, 일상의 윤활유는 단연 커피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듯 친숙한 커피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이국땅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 전 세계로 퍼진 역사적·문화적 배경은 무엇인지 아는 이는 드물다. 우리 관심은 오직 커피 소비에만 집중되어있다. 모르는 게 약일까? 그러면 배 아플 일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10월 1일 커피기념일이 있으며 최초로 인스턴트커피를 개발했다. 외국의 커피콩을 가공해 가장 비싼 가격에 수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세계 11위 커피 수입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커피의 역사를 찾아 아프리카로
《커피기행》은 커피를 생업으로 삼아온 박종만 커피박물관 관장이 쓴 ‘커피 로드coffee road’에 관한 기록이다. 커피 로드란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커피가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까지 퍼져나가는 길을 가리킨다. 이 땅에 커피나무를 재배하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박종만 관장은 우리 커피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북한강변에 커피박물관을 열고 커피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된 인류의 커피문화는 아라비아, 유럽, 아메리카를 거치면서 커피가 머물렀던 곳마다 항상 정치·문화·예술의 꽃을 피어왔다. 그 커피 흔적을 되짚어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커피문화를 뿌리내리는 일이 박종만 관장의 목표다. 그 첫걸음으로 커피의 기원과 초기 전파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커피탐험대를 결성하고 2007년 2월 아프리카로 떠났다. 박의찬 다큐멘터리 전문 피디가 촬영을 맡고,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김의진, 김상범 대원이 각각 기록과 사진을 담당했다.
커피탐험대의 경로는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를 거쳐 지부티와 예멘, 터키로 이어진다.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고급 원두커피의 산지다. 그중 에티오피아는 8세기경, 야생커피가 최초로 발견된 곳이다. 커피는 여기서 아라비아반도의 예멘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재배되었고 술을 금하는 이슬람 사회에서 각성효과가 있는 커피를 성스러운 음료로 애용하기 시작했다.
우선 탐험대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아프리카 최고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케냐 커피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한다. 그리고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이자 20세기 초 이곳에서 커피농장으로 성공을 꿈꾸었던 덴마크 소설가, 카렌 블릭센Karen Blixen의 흔적을 살펴본다. ‘킬리만자로 커피’의 생산지로 알려진 탄자니아에서 탐험대는 커피위원회를 무작정 방문하여, 현지 농부의 손을 떠난 커피가 정부에 의해 어떻게 등급별로 관리되고 국외로 수출되는지 취재한다. 그리고 바리스타 챔피언대회가 열린 에티오피아에서 우연히 일본 UCC커피의 우에시마上鳥 사장을 만나는 행운을 얻는다. 커피의 고향 짐마와 70년 전통의 옥사데이 커피회사를 둘러 본 탐험대는 19세기 말 랭보가 낙타 카라반으로 커피를 실어 나른 길을 따라 사막과 홍해를 건너 예멘의 모카 항으로 향한다.
17세기 이전까지 유럽의 모든 커피는 홍해와 걸프해가 만나는 예멘의 모카 항으로부터 수입되었다. 오늘날에도 ‘모카’는 커피를 일컫는 대명사로 쓰이지만, 예멘에서 모카커피의 영화는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유럽의 열강들이 커피 재배가 가능한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 식민지를 확보하면서 커피의 주요 생산지가 바뀐 것이다.

커피 로드에서 발견한 리얼 커피 이야기
23일 동안 각지를 순례하면서 탐험대는 커피를 재배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을 엿보게 된다. 케냐,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지에서 ‘커피’는 경제 성장의 활로를 모색하는 중요한 기반이지만, 이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농민들은 여전히 녹록치 않는 삶을 견디고 있었다. 여기다 마약의 한 종류인 카트Khat가 유행하면서 많은 농민들이 커피밭을 뒤엎는 중이다. 옛 커피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던 커피 세레모니도 스타벅스식 커피전문점의 기세에 밀려 일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100밀리리터 커피 한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백 개의 커피콩이 필요하다. 커피콩 백 개의 현지 가격은 대략 10원이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잔의 가격 중 1퍼센트도 안 되는 돈이 소규모 커피 재배농가의 몫인 것이다. 최고급 아라비카 원두의 소비처는 선진국이지만 주요 생산지인 동아프리카는 21세기에도 제국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커피 로드를 걸어가다 보면 우리는 뜻하지 않은 커피의 맨 얼굴과 마주친다. “커피는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짙으며 사랑처럼 달콤하다”는 터키 속담처럼 그 얼굴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드리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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